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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니얼 디포 - 로빈슨 크루소
    독후감 2019. 8. 27. 14:22

     

     이 책을 읽은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그래서인지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역시 독서감상문은 읽고 나서 바로 써야 한다.

     

     나는 로빈슨 크루소보다 노빈손 시리즈를 먼저 접한 사람이다. 로빈슨이 노빈손이 되는 그 유치한 작명이 당시에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주된 내용은 무인도에 표류하고 갖가지 서바이벌 지식들을 활용해 살아남는 것. 물 정화, 집짓기 등 뭔가 캠핑에 환상을 가지게 될만한 다양한 내용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의 기억을 로빈슨 크루소를 읽었더니 생각과는 많이 다른 내용이라 당황스러웠다.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 표류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해적의 노예가 되었다가, 브라질의 농장주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보며 대체 언제쯤 무인도에 들어가나 생각했다. 그리고 무인도에 표류할 때에도 생각보다 풍족한 환경에서 시작한다. 물을 정화할 필요도 없고, 무기를 만들 필요도 없었다. 서바이벌 지식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다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대부분을 로빈슨 크루소가 겪은 심리적 갈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섬을 탈출하는 방법도 꽤나 다이나믹하고 비현실적이다. 또한 상당히 많은 내용에서 그냥 "잘 됐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부분이 많다. 재산을 안전하게 옮기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다 읽고 나니 내가 캐스트어웨이와 로빈슨 크루소를 착각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빈슨 크루소는 단순히 무인도에 표류하여 생존하는 것 만을 쓴 소설이 아니다. 방랑벽으로 인해 고통받는, 그러면서도 모험을 멈출 생각을 못하는 로빈슨 크루소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 것이며 무인도에 표류하여 생존하는 내용은 소설의 거의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일부에 불과할 수도 있다. 소설의 내용 중 무인도에 표류하여 혼자 생존해 나가는 내용보다는 노예 프라이데이가 더 기억에 남는다. 막바지로 갈수록 무인도 표류기가 아니라 "짱구는 못말려-부리부리 대마왕" 같은 모험물에 가까워졌지만 더 재밌는 부분이었다. 이래서 편견을 가지고 책을 보면 안 되는 모양이다.

     

     책장을 덮고... 가 아닌 리페프 케이스를 덮고 생각해보았다. 나는 무엇을 읽었는가. 어떤 교훈을 얻었는가. 글쎄, 로빈슨 크루소를 읽었지만 부리부리 대마왕을 읽은 느낌이고, 언제 어디서든 살아날 수 있는 희망보다는 절대 밖으로 싸돌아다니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은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제 나는 노빈손 시리즈뿐만 아니라 로빈슨 크루소도 읽었다는 것. 큰 의미는 없지만 나에게는 밀려왔던 숙제를 해결한 것 같은 후련함이 느껴진다. 그러고 나니 노빈손 시리즈가 다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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